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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의 걸어서] 하프마라톤에 도전한다 2019-04-01

[바닥의 걸어서] 하프마라톤에 도전한다

아침 운동을 시작한 건 2월 중순이다. 처음에는 그냥 걸었다. 속도가 빨라지곤 했지만 뛸 생각을 하지는 못하다가 계속 걷기만 하니 지루해서 조금씩 뛰어보기도 했다. 100미터 정도만 뛰어도 금세 숨이 찼다. 222일 처음으로 30분을 뛰었다. 서울 출장을 간 날이었다. 막 운동을 시작해서 온통 운동 생각만 하던 때였고, 며칠간 매일 아침에 나갔으니 그날도 쉬고 싶지 않았다. 낯선 동네의 지도를 살펴 어느 초등학교 운동장으로 갔다. 달리라고 만들어진 트랙에 서니 걷기보다는 뛰고 싶어졌다. 그래서 달렸다. 올림픽을 준비하는 선수라도 된 것처럼 신나게 달렸다. 해도 뜨지 않은 새벽에, 우리 동네도 아닌 곳에 출장 와서, 서울 시내 한복판의 초등학교의 운동장에서 달리고 있는 내가 멋있어서 멈출 수 없었다.

 

그 뒤로는 매일 아침 한 시간 정도 걷거나 뛰었다. 이전까지는 걷기를 좋아하는 사람이었는데 이제부터는 걷기와 달리기 모두 좋아하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 그렇다면 오랜 꿈이던 마라톤에도 도전해볼까? 33일 일요일에 출근시간을 걱정하지 않고 얼마나 오랫동안 뛸 수 있는지 달려보기로 했다. 1시간 20분 동안 7km를 달렸다. 이 정도라면 10km 달리기 대회에 나갈 수 있겠군. 찾아보니 331일에 전북일보 마라톤 대회도 열린다. 좋다, 도전이다.

 

바닥, 10km 대회 나가면 1등 할지도 모르겠는데요. 하프 뛸 수 있을 것 같은데.” 실은 나도 10km가 너무 쉽지 않을까 생각하기는 했다. 그래도 20km이상은 너무 어렵지 않을까? 한 달 정도 남았으니 잘 훈련하면 뛸 수 있을 것 같기도 한데. 마음이 계속 오락가락했다. 결정적으로 10km 코스와 하프 코스 참가비가 3만원으로 같아서 가성비의 원칙에 따라 하프로 신청했다. 만약 못 뛰어도 상관없지 뭐.

 

본격적으로 아침 달리기 훈련에 돌입했다. (당연히 마라톤 전용화를 구입했다) 평일에는 5~7km 정도를 한 시간 동안 달린다. 대회까지는 앞으로 세 번의 주말이 더 남아있었다. 작년 전북일보 마라톤에 같이 나가자고 했던 언니가 생각났다. 그때는 엄두도 못 냈지만 이번엔 내가 먼저 이번에 언니도 나가실거냐 물어볼 참이다. 아쉽게도 그이는 이번에 뛰지 않는다고 했지만 대신 유용한 조언을 해줬다. 대회전까지 15km 이상은 뛰어볼 것, 대회와 같은 시간에 같은 복장으로 뛰어볼 것, 중간에 물이나 음료를 마시는 연습을 할 것. 그래서 39일 토요일에 더 이상 뛸 수 없을 때까지 온 체력을 다해서 만경강변을 달렸다. 13km, 2시간 20. 316일 토요일에는 15km를 달렸다. 시간은 비슷하게 2시간 20분이었다. 324일 일요일에는 17km, 2시간 20. 대회는 331일 일요일이고 22km정도를 달려야 한다. 제한시간은 2시간 30. 달릴 수 있을 것 같다.

 

대회가 임박하자 등에 붙이는 번호표와 기록용 칩이 집으로 왔다. 진짜 내가 마라톤에 나가는구나. 실감이 난다. 떨린다. 동봉된 안내문에는 참가자들의 명단도 있었는데 하프코스를 뛰는 여성 선수는 29명이었다. 생각보다 적은 숫자라 놀랐지만 다 뛰고 나면 너무 좋겠지. 만약 완주하지 못한다고 해도 지금까지의 훈련과정으로도 뿌듯하다. 13km, 15km, 17km 다음은 20km일 뿐이니까. 혼자 뛰다가 지치면 집에 돌아오기도 힘든데 대회날은 응급차량이 대기하고 있으니 오히려 좋은 조건이다. 게다가 함께 뛰는 동료도 있고, 응원와주는 친구도 있다. 초보 마라토너의 도전이 순조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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