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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가는 길이 하나 설경마을] 홍의선·박복임 부부2019-04-01

[오가는 길이 하나 설경마을] 홍의선·박복임 부부

눈빛만으로 통하는 환상의 찰떡호흡

 

이장과 부녀회장 맡아 마을일 챙겨

완두콩서 왔다고? 우리 밭에도 있는데

 

봄볕 좋은 어느 오후, 용진읍 설경마을을 찾았다. 용진의 중심지에서 벗어나 차 소음이 들리지 않는 조용한 곳이다. 설경마을 입구에서 몇 발자국 걸으니 마을회관과 넓은 정자가 보인다. 그 오른쪽 저편 비닐하우스에서 열심히 밭을 가꾸는 부부를 만났다. 알고 보니 이들은 설경마을의 이장과 부녀회장이자 소문난 일꾼이다.


홍의선(63) 이장은 설경마을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다. 아내 박복임(63) 부녀회장은 고산휴양림 뒤편의 신당마을에서 이곳으로 시집왔다. 함께 한 지 37. 부부는 일할 때 손발이 척척 맞는다. 이날 건축자재를 보관할 창고를 만들기 위해 비닐하우스 설치가 한창이었다. 홍씨는 둘이서 일 하는데 있어서 누가 더 많이 하고 적게 하고 이런 건 없다. 아내랑 똑같이 일 하는 편이다. 비닐하우스 설치 같은 특별할 때만 내가 좀 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묵묵히 일하는 홍씨 옆에 숨은 조력자인 박씨는 필요한 재료가 무엇인지 말 하지 않아도 때 맞춰 갖다 준다. 눈빛만 봐도 알 수 있다는 말처럼 말이 따로 필요 없다. 농사짓고 물건 팔고 거의 모든 걸 둘이서 하다 보니 자연스레 환상의 호흡이 맞춰진 것이다.



설경마을에 들어서면 늘 밭에서 일하고 있는 이장 부부를 만날 수 있다.  부지런함도 부부는 닮았다.



이들은 7년 전부터 밭에서 난 수확물을 용진로컬푸드직매장에 팔기 시작했다. 로컬푸드직매장이 생기기 이전에는 20분가량 버스를 타고 전주 모래내시장으로 나갔지만 이젠 가지 않아도 된다. 박씨는 용진로컬푸드가 물건도 잘 팔리고 가까워서 좋다. 요즘은 하루 일과가 거의 로컬푸드에 맞춰져 있다. 어디 다른데 놀러가지도 않고 일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오전 8시에 문을 여는 로컬푸드 매장 시간에 맞춰 매일 같이 새벽 여섯시에 일어난다. 요즘에는 트럭에 열무와 배추를 한가득 싣고 로컬푸드로 향한다고. 어쩐지 비닐하우스에 열무랑 배추가 무성하게 자라 있다. 또 다른 비닐하우스에 가보니 새싹이 돋아난 당근이 있고 옥수수 모종과 완두콩을 심은 자리가 있다. 부부의 밭 곳곳에는 다양한 작물들이 있었다. 마을소식지 완두콩에 대해 소개하자 박씨는 우리 밭에도 완두콩이 있다며 호쾌하게 웃었다.



로컬푸드에 내놓는 품목만 20여 가지가 될 정도로 많은 작물들을 기른다. 요즘 같은 때는 작물을 관리하는 때지만 수확하는 여름이 가장 힘들다. 지난해 여름에는 날도 뜨겁고 일손도 모자라 고추를 수확할 때 힘들었다. 그녀는 힘들긴 하지만 다들 이렇게 먹고 사는 거 아니겠나. 그래도 보람 있는 게 더 크다. 일주일에 한 번씩 로컬푸드에서 돈이 들어오는데 어떤 품목에 얼마 들어오는지 뜬다. 그 맛에 일 하는 거라고 말했다.




꾸준히 로컬푸드와 관계를 맺어온 이들에게는 나름의 원칙이 있다. 소비자들에게 선보일 채소들이니 최대한 신선한 상태를 유지하려 노력한다. 새벽 일찍 나갈 작물들을 전날에 일찍 수확할 수도 있지만 저녁에 작업을 한다고. 그녀는 내일 가져갈 물건을 늦게 캐는 편이다. 왜냐면 사람들에게 내놨을 때 싱싱해야지 않냐고 말했다. 내 손으로 키운 작물들이 누군가의 밥상 위에 올라가니 더 신경 쓰는 것이다. 겨울이 지나고 봄날이 찾아옴과 동시에 농부들은 기지개를 폈다. 홍씨 부부도 마찬가지로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정성들여 길러 낸 곡식들로 지역에서 자리 잡은 이들은 오늘도 구슬땀을 흘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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