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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가는 길이 하나 설경마을] 50대 또래친구 삼총사2019-04-01

[오가는 길이 하나 설경마을] 50대 또래친구 삼총사

콩깍지가 씌었나 마을단점이 안보이네

 

 

귀촌한 김은성, 이영희, 한경남씨

이웃 늘리자며 마을홍보 의기투합

 

스무 가구 남짓한 이 작은 마을에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봄바람 따라 곳곳에서 웃음꽃이 피어난다. 웃음소리를 따라 가니 몇 년 전 이곳으로 귀촌한 마을의 젊은 삼총사들이 모여 있었다.


꽃 핀 매화나무와 장독대가 있는 한경남씨 집에서 이들은 봄처럼 웃고 있었다. 이들의 공통점은 전주에서 살던 중 가깝고 조용한 곳을 찾다가 설경마을에 정착했다는 것이다. 운 좋게도 또래가 있어 마을에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었다. 삼총사 중 맏언니 김은성(54)씨는 귀촌한지 올해로 3년차, 이영희(51)씨는 6년차, 한경남(51)씨는 8년차다. 이들은 잘 알려지지 않은 설경마을에 어떻게 오게 된 걸까.


영희 씨는 남편이 지인하고 이 마을로 왔다가 마음에 들어서 결정하게 됐다. 처음 마을에 왔을 때 사람들 첫 인상이 좋았다며 특유의 가족 같은 분위기와 인정 넘치는 사람들의 모습에 정착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은성 씨는 처음에 콩깍지가 씌었는지 마을의 단점이 하나도 안 보였다. 마을로 들어왔을 때 그냥 좋았고 지금 생각해보면 여기로 올 운명이었나 싶다고 웃었다.



50대 또래들이 뭉치면 소녀같아 진다.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는 삼총사가 카메라를 보고 익살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삼총사가 더 끈끈하게 뭉칠 수 있었던 것은 경남 씨의 노력이 컸다. 2013년부터 4년 동안 이장을 맡은 경남 씨는 마을의 어르신과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다리역할을 했다. 전주 시내에서 살다 귀촌한 이들이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더욱 바쁘게 돌아다녔다. 어느 날은 산에서 멧돼지가 잡혀 마을 사람들이 다 같이 모여 먹기도 했다. 은성 씨는 어느 마을이든 종종 멧돼지가 잡히긴 한다. 하지만 요즘 마을 사람들이 다 같이 모여 먹는 풍경은 흔치 않다. 당시에 그런 자리가 만들어진다는 게 신기하고 좋았다고 말했다.


아파트에 사는 현대인들은 이웃과 한데 모이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농촌 마을일지라도 마음이 잘 맞아야 모이는 게 가능하다. 누군가 목소리를 내어 사람들을 모아야 하는데 그 역할을 삼총사가 했던 것이다. 당시 이장이었던 경남 씨의 집은 마을의 사랑방 같은 공간이었다. 바깥에서 불을 때 집 안에 온기가 가득했고 그 온기를 마을 사람에게 전했던 것이다.


이런 삼총사에게도 고민이 있다. 용진 끝자락에 있어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이 마을을 알리고 싶은 것이다. 이름도 예쁜 설경마을. 어떻게 해야 사람들에게 전해질 수 있을까. 경남 씨는 다른 마을 이장들조차 설경마을이 있는지 모르는 사람도 있다. 이게 너무 안타까워서 다양한 발상을 해 봤다. 우리 마을 이름이 설경마을이기도 하고 겨울에 사람들이 유입되면 좋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겨울에 눈이 내리면 고속도로에서 내려오는 길에 썰매도 타곤 했는데 그걸 활용하고 싶었다. 그래서 논에 물을 받아다가 얼려서 스케이트장을 만들까도 고심했지만 실행이 어려워 포기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마을을 홍보하기 위해 영희 씨네 집에 있는 꽃 잔디를 떠올려 꽃 잔디가 예쁜 마을이라고 알릴까 생각해봤다고 한다.


이들은 점점 고령화 되어 가는 마을이 되살아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전주 시내와도 가깝고 조용하기 때문에 젊은 사람들이 유입하기에 좋은 조건들을 갖추고 있다. 경남 씨는 마을에서 내려오던 정체성을 토대로 쭉 이어가고 싶다고 마을에 대한 애정을 내비췄다. 삼총사의 간절한 바람처럼 설경마을에도 새로운 바람이 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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