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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가는 길이 하나 설경마을] 마당의 꽃처럼 다정하고 어여뻐라 2019-04-01

[오가는 길이 하나 설경마을] 마당의 꽃처럼 다정하고 어여뻐라

마당의 꽃처럼 다정하고 어여뻐라

 

57년간 알콩달콩

마당을 꽃밭으로 만들어



최덕순 할머니는 꽃을 좋아한다. 언제부터, 왜 좋아하게 됐는지는 모르겠다. 그냥, 좋다. 이유 없이 무언가가 좋아질 때도 있는 법이다.


덕순 할머니는 시장에라도 나가면 밥 사먹을 돈으로 꽃을 산다. 부부의 집 대문 밖과 마당에는 노란 수선화가 환하다. 할머니는 사실 수선화 이름도 잘 모른다. 할아버지와 대화를 나누는 걸 엿듣는다.

저 꽃 이름이 뭐드라. 츄리꽃, 연추리?

꽃 이름은 모르지만 그것이 다는 아니니까. 부르는 입말이 이름이 되는 거니까.

할머니가 연추리라고 부르던 노란 수선화.


나는 빨간 꽃을 좋아해요. 장미 이런 거. 꽃 이름도 몰라요. 보면 좋아서 그냥 심는 거지. 우리 집은 봄이면 꽃이 피기 시작해서 10월 서리 내릴 때까지는 계속 피어요. 철쭉이 피면 넝쿨장미도 피고 벚꽃도 멋지게 피죠. 여름엔 백합도 피고.”


마당에 심은 꽃과 나무를 설명해달라는 말에 덕순 할머니가 바빠졌다. 이것은 나리꽃, 진달래고 이건 보리수, 앵두나무야. 할미꽃도 겁나. 요놈은 목단이고, 참빛나무, 장미도 흑장미가 있고 백장미가 있어. 살구나무도 있고.

꽃 싫어하는 사람이 있간요? 이쁜 사람을 보면 기분이 좋아지듯 꽃은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잖아요. 게다가 향기까지 나는데 누가 꽃을 싫어해요.”



권이용 할아버지는 다정하다. 할머니에게 마당의 꽃을 꺾어 선물하곤 한다.


아내만큼은 아니어도 남편도 꽃과 나무를 좋아한다. 다정한 할아버지는 아내에게 마당의 꽃을 꺾어 선물하기도 한다.

꽃을 사서는 못 줘도 집 마당 꽃을 꺾어서 선물로는 줬었지요. 성의만 있으면 되는 거잖아요.(웃음)”



꽃을 좋아하는 최덕순 할머니. 시장에 가면 밥 먹을 돈으로 꽃을 사온다.


둘이 부부로 산지는 57년째. 전주에서 시집온 24세 덕순씨와 설경마을 토박이 26세 청년 이용씨가 만나 아이를 낳고 골짜기에서 농사를 짓고, 이제는 함께 늙어간다.

그때는 마을길이 좁아서 걸어 다녔어요. 자전차도 못 다녔어요. 처음에 시집왔을 때는 친정으로 도망가고 싶었는데 낮에는 사람들 눈이 무섭고 밤에는 호랑이가 무서워서 어디 도망을 갈 수 있나요. 그런데 이제는 여가 좋아요. 여서 죽을 거예요.”


주말은 권이용 할아버지 생신이었다. 시골에 내려올 자식들 생각에 덕순 할머니는 부지런히 김치를 담는다.




지금 부부가 사는 집은 할아버지 대부터 살아온 집터다. 덕순 할머니가 막 시집왔을 때 이집에는 할머니, 할아버지와 어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7남매 형제들과 당시 큰아버지 자녀인 4남매까지 한집에 살았다. 모두 22. 그야말로 북적북적.

그 터에 지금 사는 집을 새로 짓고 이곳에서 우리가 살아요. 지금도 명절 때 손주까지 다 모이면 50~60명 되는 거 같아요. 근데 집이 좁으니까 얼굴만 보고 가는 거죠.”

 

부부의 나이가 여든을 넘거나 가까워졌지만 이들은 아직 조금이지만, 농사를 계속하고 있다. 김장거리도 마련해야 하고 4남매 자식들 줄 것도 챙겨야한다.

농사도 더 짓고 로컬푸드직매장에도 물건 내보고 싶은데 이제는 몸이 안 따라줘요. 제대로 걸어 다니기도 힘든 데요 뭘. 죽을 때 노망 안 들고 중풍 안 걸리면 그게 제일 좋은 거죠. 우린 자식들만 잘 되길 바라요. 부모 마음은 다 똑같아요. 자식만을 바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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