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앗이 칼럼

  • 이달 완두콩
  • 품앗이 칼럼
  • 지난 완두콩

품앗이 칼럼

> 시골매거진 > 품앗이 칼럼

[바닥의 걸어서] 걸어서 또 달려서2019-03-05

[바닥의 걸어서] 걸어서 또 달려서


걸어서 또 달려서

 

운동을 시작했다. 목표는 건강증진. 40대가 되면 체력이 다라고 선배들이 누차 말했고 그 말에 통감한다. 사실 어느 세대의 누구에게나 운동은 필요하겠지만 젊음은 종종 그 사실을 잊게하니까. 늙어가는 육체는 전에 내가 걷던 만큼의 거리를 감당하지 못하고 일할 때나 놀 때도 쉬 피로해진다. 출근할 힘, 친구 만날 힘, 방청소를 할 힘, 읽고 싶은 책을 읽고 일기를 쓸 힘조차도 체력에서 나온다. 그리고 나이가 들수록 체력은 떨어진다.

 

체력을 기르자! 직접적인 계기는 건강검진이었다. 자가진단표에 지난 일주일동안 1시간도 운동한 적 없음에 답하고 나면 누가 뭐라고 하지 않아도 이렇게는 안되지, 라고 스스로 깨닫는다. 신체활동이 턱없이 부족하고 지금과 같이 과체중 상태가 지속될 때 위험하다는 결과통보를 받았다. 가벼운 우울증 소견도 나왔다. 운동을 시작하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체중 감량이 절실하고 운동뿐 아니라 식이조절도 시급하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말해서 나는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우리 사회가 다이어트라는 말을 지나치게 미용 관점으로만 사용하고 있어서 살을 뺀다예뻐지고 싶다의 동의어로, ‘예뻐지고 싶다타인에게 잘 보이고 싶다의 동의어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한 사회 분위기가 특히 여성에게 과도한 미의 기준을 들이밀며 음식의 칼로리를 일일이 따져가며 먹게 만들고, 살찌는 것에 대한 혐오를 조장한다. 맛있는 걸 배가 터지도록 먹는 것, 내 식욕을 제어하지 않는 것인 그런 통념에 반하는 페미니스트의 실천이라고 생각할 정도였다. 마음 한 구석에서 살 빼야돼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들기는 하는데 그게 진짜로 무엇 때문인지 생각하고 싶지 않아서 사회가 주입한 외모강박에 의한 거니까 난 살빼지 않을 거야, 라고 믿어버리곤 했다. 솔직히 귀찮아서 그랬겠지. 운동이든 다이어트든 노력해서 좋은 생활습관을 만든다는 건 어려운 일이니까. 건강한 신체와 행복한 생활을 위한 일일지라도 운동과 다이어트를 시작했다고 말하면, 장담하건데 듣는 이의 90% 이상은 당연히 예뻐지려고 살을 빼겠지, 라고 생각하고 예뻐졌구나’ ‘살 빠졌구나’ ‘보기 좋구나라는 말을 할 것이다. 물론 살이 하나도 안 빠졌네라고 할 사람도 있겠지. ‘아휴, 스트레스 받지 말고 맛있게 먹고 운동 열심히 하면 돼!’도 빠지지 않는다.

 

예뻐지려고 살 빼는 게 아니라고 덧붙여 설명해야할까. 아니 나는 정말 예뻐지고 싶은 마음에서 완전히 자유로운가. 혼자서 이런 성찰을 하는 동안 수많은 사람들은 당연히 연애하려면, 시집가려면, 사람들에게 무시당하지 않으려면, 둔해 보이지 않으려면, 자기 관리를 잘하는 사람처럼 보이려면, 유능한 사람처럼 보이려면 살 빼야 한다고 말한다. 그것도 텔레비전에 나오는 연예인들처럼 빼빼 마르도록. 그리고 또 다른 한 무리의 사람들은 먹는 즐거움을 포기하고 강박적으로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 취급을 하면서 운동을 열심히 하면 된다고 참견한다. 다들 왜 그렇게 남의 일에 관심들이 많으실까. 내가 알아서 운동도 하고, 스트레스 관리도 하고, 건강한 음식도 챙겨 먹는다니까. 살이 빠졌든 쪘든 남의 신체적 특징과 외모를 평가하는 게 무례한 줄을 제발 알았으면 좋겠다. 예뻐졌다는 칭찬은 듣는 이와의 친한 정도와 상황에 따라 전혀 칭찬이 아니기도 하다. 잘 모르겠으면 무조건 외모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는 게 좋다.

 

쓰다 보니 흥분하느라 운동 얘기를 많이 못했는데 그래서 다시 하고 싶은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나는 새벽에 달린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물을 한 잔 마시고, 시간 여유가 있으면 커피를 내려 마시고 밖으로 나간다. 발에 딱 맞는 운동화가 어둡고 조용한 길을 걸어갈 때 땅에 부딪혀 내는 소리가 좋다. 서울 출장을 갔을 때에도 근처 학교 운동장을 뛰었다. 아직은 추워서 몸이 녹을 때까지 동동거리지만 30분쯤 땀을 내고나면 기분이 정말로 좋아져서 조금 더 달리고 싶다는 기분이 든다. 출근시간에 맞춰야 해서 한없이 달릴 수는 없지만. 운동을 시작한 지 보름, 비온 날과 늦잠 잔 날을 빼고 열 번 나갔더라. 앞으로도 꾸준히 달리기를, 땀 흘리는 신체 활동의 기쁨을 누리기를, 목표한 체중 감량을 이루기를 바라본다. 함께 달리실 분도 환영한다.

 

/바닥(bacac) 이보현은 귀촌인이자 자급을 지향하는 독립생활자, 글 쓰고 말하기를 좋아하는 사람. 읍내 아파트에 삽니다.


게시글을 twitter로 보내기 게시글을 facebook으로 보내기 게시글을 구글로 북마크 하기 게시글을 네이버로 북마크 하기
이전글
[농촌별곡]
다음글
[바닥의 걸어서] 하프마라톤에 도전한다
코멘트 작성 ※ 최대 입력 글자 수 한글 120자 (255 byte)